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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시가 헤매는 우리 마음을 잡아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원래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전 글을 수정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은 김에 요즘 읽고 있는 책 한 권과 그  속에 있는 시 몇편 소개 할까 합니다.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 아는 분들도 꽤 많으시리라 생각되는데요.

 

 

 

시인이 독자들에게 꼭 한번 필사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101편의 시와 독자들이 뽑은 김용택시인의 시 10편을 묶어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라는 라이팅 북을 몇년 전에 펴냈는데, 왼쪽 페이지는 시가 적혀 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독자들이 필사를 하도록 공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책 자체가 색감도 좋고, 예쁘게 만들어져서 책에 직접 필사를 하기에는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드네요 ㅎㅎ

 

책은 전체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부터 3부까지는 다른 시인들의 시를 소개 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김용택 시인의 시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봄에 어울리는 시 몇 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이규보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새색시 꺾어들고 창가를 지나네

빙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짓궃은 신랑 장난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꽃이 더 예쁘단 말에 토라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는

꽃이 저보다 예쁘거든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슴 따듯한 봄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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